[EP. 439] 나는 남의 것을 '그냥' 가져다 쓰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EDGE 6기 고용일)

고용일
2026-05-14
조회수 479

HR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이론, 다른 사람의 사례가 우리 조직에 반드시 적용되리란 법은 없다는 명제는 

HR 담당자라면 누구나 경계심을 갖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HR에 정답은 없습니다. 답은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라는 지극히 당연한 전제를 알고 있고, 

스스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동시에 이것은 놓치기 쉬운 것이기도 하다. 

가끔 나 스스로도 이 원칙을 망각하고 그저 맹목적으로 남의 것을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때가 있는데,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어느 웨비나에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피드백이 왜, 언제부터 이렇게 중요해진 거에요?"

 

피드백의 스킬, 피드백의 중요성을 설파하시던 강사님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코칭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하고, 리더들의 소통 역량, 공감 능력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오랜동안 기획하고 진행해 왔지만, 

여지껏 그런 질문을 한 적은 처음이었다. 


업무 수행 전에 정확하게 지시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 목표를 명확히 그려주는 것도 중요한데

왜 하필 피드백이 중요하다고들 다들 이야기 하는 것인지? 

업무 결과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행위는 리더들라면 당연히 해왔던 것인데 왜 유독 요즘에 와서야 그러는 것인지. 

굳이 '일은 잘하지만, 성질이 괴팍한' 어느 가상의 극단적 리더의 사례(강사님은 이 인물이 실제 있었던 일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시지만 난 그 말을 다 믿지는 못하겠다) 를 들어가며 '리더가 이래서야 하겠습니까?' 하며

피드백, 피드백, 소통, 소통, 경청, 경청 이라며 말씀들을 하시는 것인지 궁금해 졌다. 

그리고, 이것이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는지 생각을 정리해봤다. 

그간 내가 별 생각 없이 HRD  일을 해오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말이다 


범인은 호손 실험 부터다. 테일러리즘의 '관리' 만으로는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근로자들의 '인간적인 측면' 즉, 관계, 상호작용 등 욕구를 충족시켜 줘야만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기조가 생긴 이후부터 말이다. 

그 후로 '피터 드러커' 가 지식 근로자 개념을 소개했고, 이들은 자율성, 동기와 같은 요소가 충족되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다. 

아시다시피 피터 드러커의 영향력은 오늘날까지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이고, 이 유산을 이어받은 인텔의 '앤디 그로브' 가 

인텔의 성공사례를 담은 그의 책을 통해 1 on 1 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게 된다. 

아마 이 때부터 '피드백' 이라는 녀석이 빛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때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1 on 1  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닌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둘이 만나 일 얘기 진지하게 하면 그게 바로 1 on 1 아니겠는가? 

 

아무튼 이것을 관리자의 관리 툴로 적극 활용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앤디 그로브가 설득력 있게 그 실리콘밸리 '후손들' 에게 전파되었다. 

그 후손들 중에는 오늘 날 우리가 HR 그 자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 존재가 포함되어 있고, 

그게 바로 '구글' 이다. 

구글은 과연 이렇게 스마트한 집단인데 관리자가 필요할까? 하는 의문하에 

관리자를 없애 버리는 Oxygen project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는 팀십에 관한 실험이고,) 를 

실험하게 되었으며, 모두가 알다시피 의사결정 병목현상, 코칭의 부재, 책임소재 불분명 등의 부작용을 확인한 채   

일단락 되게 된다. 

그리고, 리더(관리자)는 더욱 필요하며 올바른 리더가 가져야 할 여러가지 덕목 중 '코칭역량' 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수입산 HR' 은 코칭 비즈니스와 만나게 되어 더욱 각광을 받게 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코칭, 피드백, 1 on 1 은 HR 비즈니스의 중요한 테마가 된 것으로 유추된다. 


또한, 이 과정 중에 리더들에게는 업무 관리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심리적 케어에 관한 역할이 강조되었고, 

리더들은 그들은 받아 보지 못했던 '심리적 케어' 에 관한 커리큘럼 하에 무수한 교육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부담은 회사 차원의 비전, 제도의 지원사격을 얻지 못한 채 오로지 리더들의 겸양에 책임지워

지는 경우도 생겨나서 이른 바 "위에서 치이고, 아래로부터 치이는 상황" 에 일조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 '경청, 소통, 공감, 심리적 안전감, 피드백' 과 같은 단어의 홍수에 리더들 뿐만 아니라 그런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실무자로서 나 조차도 피로감을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피로감이 그 웨비나에서 강사님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하게 만든것 같다. 


사실, 앤디 그로브가 애초에 주장한 1  on 1 도 핵심은 업무 리스크 사전 감지, 현장의 정보 수집과 같이 

지극히 관리 활동에 역점을 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오늘 날의 '어떤' 기류에 의해 '심리적 케어' 방면으로 

무게중심이 이동된 듯 보인다. 


심지어 '심리적 안전감(by 에이미 에드먼슨)' , '취약성(by 브레네 브라운)' 이러한 개념들도 

구성원으로 우리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상호 존중의 이념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그 기저에는 결국 그러한 개념들도 '성과를 내기 위해 조직에서 취해져야 할 노력' 이라는 전제가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다만, 이런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이 개념들을 기업의 '인간적인 측면' 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적어도 그렇게 하는 것이 HR 비즈니스 수요가 더 많았었을 수도 있고. 

이런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소위 말하는 소통교육, 피드백 교육, 1 on 1 교육을 하는 것, 

그리고, 학습자들에게 충분히 공감을 얻지 못한 사내 교육을 진행 한다면 이 얼마나 위험하고 사치스러운 쇼핑인지 

생각이 들면서 마음 한켠이 무거워 짐을 느낀다. 


요즘 우리 조직에 도입할 성과코칭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과연 나는 남의 것을 그저 맹목적으로 차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경계하고, 조심하며 진행해 보고자 한다. 


-by 흡수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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